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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 : 15-06-10 16:20
<건축미감> 판교 1020-2
 글쓴이 : 최고관리자
조회 : 2,594  
   http://www.cnews.co.kr/uhtml/read.jsp?idxno=201506101313039540658 [1252]

인터넷에서 떠도는 아이러니한 이야기를 하나 소개해볼까 한다. 어느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커피 심부름을 보냈다. 부하직원은 ‘내가 커피 심부름이나 하려고 바늘구멍 같은 공채를 통과한 줄 알아?’라며 마지못해 커피를 탄다. 부하직원은 시쳇말로 더러워서 못해먹겠다면서 회사에서 나오게 되는데, 그가 차린 가게는 ‘카페’였다. 결국 그는 커피 때문에 퇴사했는데 또 커피를 타고 있는 것이다.

 어디서든 커피를 타야 하는 아이러니한 상황에 웃음이 나오지만 한편으로 씁쓸한 사회 단면을 볼 수 있다. 경기 불황에 일자리 보전이 어려워 상사의 눈치를 봐야 하고, 마땅한 노후대책도 없어 억지로 창업을 해야 하는 현실이다. 때문에 신도시에서 공급되는 점포 겸용 단독주택용지가 완판되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판교지구 주택단지에 위치한 ‘판교 1020-2’도 창업 붐이 한창 일어나던 때에 상가주택으로 계획됐다. 대기업 건설회사에 다니던 건축주는 은퇴 후 삶이 담긴 집을 꼼꼼히 그려 편지로 보내왔다.

 건축주는 1층 임대상가, 2층 임대세대, 3층 주인세대로 이뤄진 노출콘크리트형의 모던하고 심플한 디자인을 원했다. 1층의 중심부를 제외한 3면은 유리가 기둥 내부를 감싸며 돌고 있어 개방감이 높고 가벼운 느낌이 든다. 반면 2∼3층은 노출콘크리트로 무거운 인상을 주기 때문에 시각적 긴장감을 더한다.
   


 1층은 계획 초기에 업종이 정해지지 않아 가장 무난한 구성인 ‘홀형’이 적합했다. 홀형은 공장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구성으로 다양한 배치가 가능하다. 내부는 서양식 구조로 구성됐는데 주방을 중심으로 공간이 설계됐고, 외부의 경우 폭 2.5m의 공유부지에 야외 테이블을 놓았다.

 주거목적인 2∼3층을 계획할 때는 한층 더 복잡하다. 신도시 주택지구의 경우 대지구획선이 바둑판처럼 획일적인 경우가 많다. 건물들이 질서정연하게 배치되는 장점도 있지만, 안방 창문을 잘못 내면 옆집 화장실이 보이는 등 채광창이 마주하는 경우도 빈번하고 인접한 건물끼리 방향도 일정해 사생활 보호가 어려운 경우도 비일비재하다.
   


 때문에 2층을 계획할 때 임대 2가구가 사생활을 보호하고 자연채광과 조망권을 최대한 대등하게 확보하도록 구성했다. 북측 계단을 사이에 놓고 동남측 세대와 남서측 세대로 나뉘어 운중천을 바라볼 수 있도록 했고, 이웃집과 창호가 마주보지 않게 하기 위해 따로 추가적인 창호 계획을 고려했다.

 주인세대가 거주하는 3층은 통합형 거실, 주방 안방, 자녀방, 서재 등이 작은 규모로 오밀조밀 모여 있고 내부계단으로 연결된 다락공간과 다락 남측의 옥상 텃밭은 휴식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

 은퇴 후 생계형 창업의 생존율은 1년 후 55.3%이며 3년이 지나면 28.3%에 불과하다고 한다. 3년 이내에 10개 중 7개 점포가 문을 닫아버려 사실상 창업은 회사에서 살아남는 일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이때 건축은 더욱 큰 부담을 짊어지게 된다. 미학적으로도 중요하지만 건축주의 생계를 위한 건축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모든 일이 그렇듯 건축도 먹고 사는 일로 귀결된다.


  위치: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운중동 1020-2번지

 대지면적: 267.40㎡

 건축면적: 131.40㎡

 연면적: 391.86㎡

 건폐율: 49.14㎡

 용적률: 146.54㎡

 규모: 지상 3층

 설계ㆍ시공: 유하우스


김현지 hy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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